Building as figure, 2018 SS
_The Baroque city as stage
Nolli’s Map of Rome, Giambattista Nolli
쉽게 형상이나 숫자로 번역되는 figure 라는 단어의 어원은 form, build 에 있습니다. 즉 figure 가 전달하는 의미는 명확한 형상의 모습 그 자체를 지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지됨으로 드러나는 형상, 즉 형상이 인지되는 그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저 시각적으로 경계를 지니는 형상(object)이라는 단어와 인지되어 알게 되는 형상(figure)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따라 건축물은 바라봄을 통해 알게되는 객체가 되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 인지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급속화된 사유화의 과정은 도시를 객체적 건축물들의 집합 정도로 인식하게 만들지만 실제 도시는 객체를 뛰어넘어(beyond object-ness) 경험되어질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로 얽혀있습니다. 건축물을 짓기 위한 구법의 발달로 다양해진 입면들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욕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물이 관계를 통해 만드는 공간의 가치를 배제한 채 개별적 모습을 더 자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진화만을 거듭한다면 도시는 전체가 아닌 집합으로 변모할 것이며 그렇게 파편화되어버린 장소는 결국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삶의 연속적 풍요로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부정적 변화를 굳이 두려워하지 않더라도 건축가들은 인지 가능한 공간의 관계들을 통해 공공성을 내재한 건축물들을 설계함으로 더 좋은, 더 퐁요로운 도시를 만드는 방향으로 기꺼이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크 건축의 훌륭한 사례인 Santa Maria della Pace 프로젝트는 도시를 건물들의 객체적 집합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건축물들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비워진 형상(void figure)으로 인지하게 합니다. 그렇게 이 작업은 도시의 비워진 형상들이 만들어내는 일련의 공공적 성격의 공간을 제안하며 마치 거대한 무대와 같은 입면과 공간을 설게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성은 도시를 새롭게 인지하는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햇습니다.
오피스 빌딩은 분명 기업의 정체성이 강하게 담긴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익명의 대중이 이용하는 업무 공간이라는 특수한 성격을 통해 공공적 도시공간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중립적 성격을 지니기도 합니다. 또한 리모델링의 가치는 어떠한 이유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건축물에 단순한 이슈를 부여하는 작업을 넘어, 도시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의 공간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학기에는 다양한 오피스와 리모델링의 선례를 통해 각 프로젝트에 담겨야 할 기능들에 대해 이해하며 더 나아가 어떻게 도시적 맥락에서 새로운 공간적 구조를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기 바랍니다.